예전에는 개나리아파트, 우성아파트 등 건설사 혹은 동네 이름을 붙임으로써 간단명료했던 아파트 이름이 점점 길어지고 복잡해짐과 동시에 과도한 외국어 사용으로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아파트 이름은 왜 길어지는가?
공동주택(아파트) 거주비율이 높아지고 기존 주택들 대신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아파트 작명에도 곤란을 겪고 있는 이유 때문인지, 예전에는 건설사 이름만 붙었던 또는 1차, 2차 이런 식으로 구분되던 아파트 단지의 이름이 점점 길어지고 복잡해지고 있습니다.
뉴스나 인터넷에 돌고 있는 아파트 이름들 중 많이 언급되고 재미있는 것들을 모아보았습니다. 분명 문제가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은 되지만 그래도 법에서 정한 절차를 지켜 입주민들의 동의를 얻고 변경한 또는 정해진 아파트 이름을 너무 희화화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입니다.
서울시 ' 공동주택 명칭 개선안 마련 시민 토론회’ 개최
서울시에서는 지난 2023년 12월 토론회를 개최하고,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고 합니다. 아래 선언문은 보도자료에 나온 선언문(안)인데 특히 넷째 부분에 "최대 10자 내외"라고 한 부분에 눈이 갑니다. "내외"라고 하여 여지를 두긴 했지만 저렇게 명시적으로 10글자라고 해 놓으면 실무자들이 융통성을 발휘하기가 굉장히 까다로워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첫째, 어려운 외국어 등을 사용을 자제하고, 아름답고 부르기 편한 한글 이름을 발굴하여 사용한다.
오티에르(HAUTERRE) : 포스코이앤씨
프랑스어 '오티(HAUTE)'와 '테르(TERRE)'가 붙은 합성어로 "고귀한 사람들이 사는 곳"이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래미안 원페를라
영어 'One'과 스페인어 '페를라(Rerla)"를 합쳐서 만든 '하나밖에 없는 보석'이라는 뜻이라고 하는데 뭐 그냥 그렇습니다.
푸르지오 라비엔오
라비엔오(Labienhaut)는 불어 La(정관사), bien(인생) 및 haut(높이)를 조합한 단어로, 푸르지오에서 누릴 수 있는 품격 높은 삶을 의미한다고 하는데, 저는 한 번에 와닿지는 않는 느낌입니다.
래미안 원펜타스
One과 숫자 5를 뜻하는 라틴어 '펜타스(Pentas)'의 합성어로 숫자 1과 5를 더해 15라는 뜻과 펜타스라는 꽃이름을 따왔는데 펜타스의 꽃말이 '삶의 기쁨'이라고 합니다.
신반포 15차 아파트를 재건축하기 때문에 '15'라는 숫자를 가지고 온 것 같고, 펜타스의 꽃말도 마음에 들어 개인적으로는 이 정도 신경서서 이름 붙였으면 인정해줘야 하지 않나 생각됩니다.
둘째, 지역의 유래와 옛 지명을 활용하여 독특하고 개성 있는 이름으로 만들고, 법정동, 행정동은 준수하겠습니다.
래미안 목동아델리체 (신정동), 목동 센트럴 아이파크 위브아파트(신월동)
뉴스에 자주 언급된 케이스로 행정동이 목동이 아니나 아파트 이름에 목동을 붙인 경우입니다. 어떤 단지는 이름 변경을 위해 2년째 소송 중이라는 기사도 보입니다.
유독 시끄러운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보았는데, 뒤에서 이야기할 리버, 포레 등은 민원을 제기할 상대방이 없지만, 이 경우는 실제 목동 주민이 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해 봤습니다.
DMC자이더포레리버뷰아파트(덕은지구), DMC해링턴플레이스 NHF아파트(향동지구)
DMC(디지털 미디어 시티)는 원래는 상암동인데, 인접한 고양시 덕은지구, 향동지구에서 DMC라는 명칭을 사용하여 회자가 되고 있습니다. 사실 가재울뉴타운(가좌역 인근) 도 DMC 이름을 붙이기는 조금 먼 감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
서울숲한신더휴아파트, 서울숲행당푸르지오(행당동)
사실 그 자체로도 입지도 굉장히 좋고 다 좋은 아파트인데, 서울숲이 워낙 핫플레이스이다 보니 굳이 서울숲을 붙인 느낌이 강합니다. 위 아파트 단지들에서 서울숲을 가려면 약 1.5km를 걸어서 가야 하고 중랑천도 건너야 하다 보니 인터넷에서 언급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1.5km 걸어서 무려 서울숲을 갈 수 있으면 욕심 내볼 만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셋째, 펫네임은 아파트 이름을 복잡하고, 의미도 없으므로 단지 구분 외 무분별한 활용은 자제하겠습니다.
펫네임은 본명과 다른 애칭이나 특별한 명칭이라고 나무위키에 나옵니다. 아파트에 국한하면 아파트의 특화를 위해 아파트 브랜드 앞뒤에 붙이는 이름(예, 파크, 리버, 퍼스트, 에듀 등)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근처에 지하철역이 있을 경우 : 메트로, OO역
근처에 강과 호수 조망권인 경우 : 리버, 레이크, 리버뷰
근처에 공원, 녹지, 산, 숲이 있을 경우 : 파크, 파크뷰, 포레
근처에 바다가 있을 경우 : 오션뷰, 마리나
테라스가 들어간 '일부 세대'가 있을 경우 : 더테라스
위에 해당하지 않을 경우 : 써밋, 어퍼, 퍼스트, 베스트, 로열, 노블
둘 이상 혼합하는 케이스 : 리버포레, 레이크파크, 노블 테라스 등
넷째, 부르기도 외우기도 어려운 긴 글자 수의 명칭은 실생활에서도 불편하므로, 최대 10자 내외의 적정한 글자 수를 준수하겠습니다.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빛가람대방엘리움로열카운티 1차 (25)
동탄시범다은마을월드메르디앙반도유보라 (19)
가람마을 10단지동양엔파트월드메르디앙 (19)
이천증포 3 지구대원 칸타빌 2차 더테라스 (18)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빛가람대방엘리움로열카운티 1차
너무 궁금해서 건축물대장을 발급해 보니 실제 대장상 명칭이었습니다. 단지의 도로명주소가 "전라남도 나주시 중야 1길 37 (빛가람동)"으로 주소가 17 글자인데 단지 이름이 25자 라니 정말 놀랍습니다. 다만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가 도시 이름이라 억울한 면이 조금 있습니다.
다섯째, 공동주택의 명칭을 제정할 때는 공모하거나 선호도 등을 조사하여 다수가 선호하는 이름으로 제정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선언문 하단에 선언하는 사람이 서울특별시장과 건설사 가 나오는데 사실 입주민들이 의견을 반영해 아파트 이름이 결정되는 것을 생각하면, 모두가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결론
입주민들 의사에 의해 결정, 변경되는 아파트 이름에 대해 글자수 등을 제한한다거나 하는 일은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현상에 대한 원인을 여러 전문가분들이 다각도로 분석을 많이 해놓으셨으나 역시나 아파트 가격에 영향이 있다는 의견으로 모아지는 것 같습니다. 어떤 보도를 보니 이름을 바꾸니 약 7~8% 아파트 가격이 상승했으며, 하락 시 덜 하락했다는 분도 계십니다.
너무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이 그냥 유행 아닐까 생각하면서도 아파트 명칭변경에 소요되는 엄청난 비용을 생각하면 조금 신중하게 바꿔야 할 필요는 있는 것 같습니다. *